AI 인공지능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고 대량 실업을 유발할 것이라며 두려운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만 반대로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반려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날로 높아진다. 단순히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기존의 로봇과는 달리 대화하고 교감하는 감성 중심의 이런 소셜로봇(Social Robot)은 이미 생활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1인 가구의 비율이 30%가 넘고,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남성이 4명중 1명 꼴인 일본에AI 가상 와이프가 등장했다. 커피 메이커처럼 보이는 유리 원통 속 20대 여성 모습의 홀로그램인 ‘히카리 아즈마'(Azuma Hikari)가 하는 일은 보통의 주부와 다름 없다. 아침이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남편을 깨우고 출근할 때는 사랑한다는 말로 애정 표현을 한다. 회사의 미팅 시간을 까먹지 않도록 문자를 보내고, 퇴근할 때 귀가 시간을 알려주면 난방을 틀어 집안을 따뜻하게 해놓고 목욕물을 데우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러준다. 남편의 특정한 모습을 따라 하기도 하고 닭살 같은 대화도 나눈다. 미국에서는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섹스 로봇 ‘록시(Roxxxy)’가 시판되고 있다. 실제 사람 크기의 이 여자 로봇은 오르가즘을 느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생활 속으로 들어온 소셜로봇은 이뿐이 아니다. 가정의 지킴이로, 또 가게의 점원으로 활약하는 ‘페퍼(Pepper)’는 가장 대중적인 소셜로봇으로 자리잡았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작고 귀여운 모습의 말동무 상대인 ‘키로보(Kirobo)’는 아이가 없는 가정에 인기가 많다. 바퀴 달린 버디(Buddy)는 집을 지키고, 자주 보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며, 얼굴 화면으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로미오(Romeo)’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문열 열어주거나 계단을 올라가가는 것을 도와주고 짐을 날라준다. 각양각색의 로봇들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노령인구의 급증과 더불어 가족 해체가 진행되고, 혼밥과 혼술 문화가 일상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인이나 아이들을 돌보고 외로운 이들의 벗이 되어줄 로봇의 출현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로봇 전문가들은 2020년이 되면 TV와 PC에 이어 개인용 로봇이 가정의 필수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가구 1로봇 또는 1가구 다로봇 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로봇이 가족이나 친구를 대신하고 혈육을 뛰어 넘어 가장 친하고 가까운 삶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기술의 발전에는 언제나 편의와 해악의 이중성이 상존한다. 소셜로봇의 대중화가 인간을 더욱 고립시키고, 단절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노인과 장애인, 치매 환자 등을 돕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아일랜드 트리니티 대학(Trinity College Dublin)의 ‘코너 맥긴(Conor McGinn)’ 로봇공학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정 부분 이를 인정하면서도 세상은 이미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고립과 단절의 현실 속에 들어와 있다고 말한다. 노년층의 남은 인생 뒷바라지는 로봇에 맡겨지고, 젊은이들이 인간 이성보다 로봇에 더 매료되고 애정을 쏟아 붓는 세태는 전통적인 시각으로 보면 가족 공동체 파괴의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의 필요성을 직시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맥긴 교수는 소셜로봇 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 로봇과 편안하게 상호 소통이 가능해야 하고 결코 인간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로봇 공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끊임없이 스스로 윤리적 질문을 던져야 하며, 로봇은 반드시 사람과 구별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로봇인지 사람인지 판별할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다면 자살 폭탄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과 가상이 뒤엉키고 기술이 생활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AI 로봇시대에 가속도가 붙었다. 인간의 가치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력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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