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이 즐비한 포장마차 세트, 건배를 나누는 정치인과 평론가들,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내부자 정보와 진영의 언어. 한겨레TV의 《송채경화의 공덕포차》는 오늘날 한국 시사 유튜브 생태계를 대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 가운데 우리가 가장 소홀히 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눈입니다.

아이들은 이 화면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요.

술이 풀어주는 것, 그리고 잠가버리는 것

포장마차라는 공간, 소주와 안주, 격의 없는 건배. 이 모든 장치는 “긴장을 풀어야 진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딱딱한 스튜디오에서는 속내를 감추지만, 술자리에서는 진심을 드러낸다는 논리입니다.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전제를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명제가 됩니다.

진지한 대화를 하려면 술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히 음주 문화를 미화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맨 정신으로는 솔직해질 수 없다는 믿음, 격식을 깨려면 술이 필요하다는 믿음의 문제입니다. 이런 믿음이 자리를 잡으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술 없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능력 자체가 위축됩니다. 술은 대화를 풀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맨 정신의 대화를 잠가버립니다.

저에게는 오래전부터 술에 관한 두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집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둘째, 술을 마신 날에는 아이들과 중요한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저는 평생 이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이 원칙은 금욕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어른의 모습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이들에게 진지한 대화, 어려운 이야기, 삶의 고민과 판단은 맨 정신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술기운을 빌린 솔직함이 아니라, 또렷한 정신으로 감당하는 대화가 어른의 태도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냉소의 세대적 전이

포차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술의 필요성만이 아닙니다. 정치에 대한 특정한 태도도 함께 전달합니다.

포차의 정치는 근본적으로 냉소적입니다. “어차피 다 저 모양”이라는 전제가 웃음 속에 녹아 있습니다. 권력 투쟁의 가십, 진영 간 편 가르기, 검증 없이 유통되는 음모론이 정치의 실체처럼 제시될 때, 아이들이 품게 되는 것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피로입니다.

어떤 변화도 가능하지 않다는 믿음, 참여해도 소용없다는 감각, 결국 정치는 누군가의 술자리 안주일 뿐이라는 인식이 조용히 쌓입니다.

이 냉소는 특정 정파에 대한 냉소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적 공론장 자체에 대한 냉소입니다. 그리고 이 냉소가 세대를 넘어 전이될 때, 우리가 잃는 것은 단순히 한 세대의 정치적 관심이 아닙니다. 시민으로서 말하고 듣고 판단하는 능력, 서로 다른 의견을 견디며 공통의 결론을 찾아가는 힘이 함께 약해집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먼저,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훈육하는 일을 멈추어야 합니다. 술기운에 기대어 하는 훈계는 교육이 아니라 감정의 배출이 되기 쉽습니다. 아이들은 그 말의 내용보다 어른의 상태를 먼저 배웁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가정과 교실에서 술 없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미디어만큼이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배웁니다. 우리 자신이 맨 정신으로 복잡한 사안을 놓고 씨름하는 모습,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모습,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천천히 바꾸는 모습. 이것이 포차가 지워버리는 것을 되살리는 가장 강력한 교육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포차의 금지가 아닙니다. 포차 없이도 광장이 가능하다는 경험입니다. 술자리의 농담과 냉소 없이도 정치와 사회를 말할 수 있다는 경험입니다. 그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은 미디어가 아니라 어른들의 몫입니다.

술이 있어야 솔직해진다고 믿는 어른들 곁에서, 아이들은 맨 정신의 대화를 배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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